"사람의 마음을 안락한 기분으로 만드는 것이 나의 행복이다." 라고 거장 마티스는 말했다. 이 평이한듯 하지만 뜻있는 말을 나는 종아한다. 나는 이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그림을 그리고 싶다. 음악을 좋아하는 나는 나의 그림을 `보는 음악`으로, 다시 말하여 색깔,형태 그리고 선을 멜로디, 리듬, 하모니와 대듣하도록 면밀히 구성하여 순간의 불협화음도 없는 우아한 경지를 표현하고 싶은 것이다. 이와같은 표현방법으로 인간의 순수한 사랑이나 따뜻한 마음의 일면이라도 화폭에 담는다면 나는 만족한다. 아울러 현대적 감각으로 서정성 깊은 제작을 하고 싶은 것이 나의 꿈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회화는 어쩌면 혼돈과 무질서한 가운데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고 할까 자유로운 생각이나 다양한 사상으로 독특함이 더욱 요구되는 시대이니까 그럴수 있지 않을까 인간의 감성을 배제한 생각이나 가치관, 또한 수많은 표현기법의 발굴이 혼란스러운 느낌을 주기도 하나, 그것은 그것대로 재미있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모네의 부드러운 색채, 마티스의 명쾌하고 강렬한 색감과 선이 주는 소박한 즐거움은 언제나 나를 감동시킨다. 끌레는 자평하기를 "다차원의 동시적 현상의 조형적 다성음악"이라 하였고, 쇼펜하우어는 "조형예술은 최고로 완성된 형태의 음악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라고 하였다. 이같은 생각이나 감명은 나의 작업에 항상 신선한 바람을 전해 준다. 나의 제작은 비구상적인 배경과 수묵화 기법의 반구상적인 표현형식으로 이루어 진다. 반구상 즉, 모티브를 그리기 이전 비구상화와 같이 평면적 색의 조화를 완벽하게 짠다. 이 평면 배치 작업은 나의 작품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추상적인 임의의 배경에서 내가 느낀 어떤 사물이나 사건에 대한 느낌과 감상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함축시킨다.
조화된 색은 어떤 마음을 갖고 때로는 이것이 춤을 추는 것 같이 비현실적인 공간을 설정하여, 갖가지의 색깔이 청명하게 울어나, 감상자로 하여금 미묘한 색의 세계로 유인하는 요술을 전개하는 것이다.
이 색의 요정들을 능란하게 조정하여 부드러운 선이 음악을 연주하는 것과 같이 즐거움을 안겨 주는 그림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시인의 마음과 같이,또는 음악가의 감성을 품게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꿈의 세계로 유혹하는 `색의 마술사`이고 싶다. 어떠한 이미지나 어떠한 테크닉에도 고정되지 않으며, `마음의 눈`으로 대화하는 색의 하모니를 구사하여 색의 낭만을 연주하고 싶다. 그러나 반복된 깨우침을 통한 창작생활에서 예술의 세계란 참으로 끝없는 미로임을 다시 느낀다.

(파리시절 작가노트 중에서)